동성혼을 원하는 분들이 상담실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한국에서도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한가”입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이 질문에 답하려면, 희망과 현실을 구분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한국 법제도는 동성 간의 혼인을 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명확한 법률 체계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한국 민법은 혼인을 전제로 한 여러 조항에서 남녀의 결합을 기본 구조로 하고 있습니다. 혼인신고 제도 역시 이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동성 커플이 혼인신고를 시도하더라도 행정 단계에서 접수가 되지 않습니다. 즉, 현재 제도하에서는 법률혼으로서의 동성혼은 허용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동성혼을 원하는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실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동성 커플이 일정한 권리를 확보하거나 관계를 정리하는 방식은 여러 갈래로 존재합니다. 다만 이것은 혼인 제도의 대체가 아니라, 현행 법률 안에서 가능한 차선의 선택지에 가깝습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계약을 통한 관계 정리입니다. 동성 커플은 동거 계약, 재산 관리 계약, 상호 부양에 관한 약정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혼인에서 자동으로 발생하는 권리를 그대로 부여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재산 관계나 비용 부담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해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변호사의 관점에서 보면, 문서로 남겨두는 것 자체가 분쟁 예방의 핵심이 됩니다.
재산 문제 역시 중요한 쟁점입니다. 법률혼이 아닌 관계에서는 재산분할 제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관계 종료 시 각자의 명의 재산은 원칙적으로 각자에게 귀속됩니다.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있다면, 그 기여를 입증해 부당이득 반환이나 공유물 분할과 같은 일반 민사 절차로 다투어야 합니다. 이는 혼인 관계에서의 재산분할보다 훨씬 입증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사전에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사회적 논의가 확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 문제를 둘러싼 판결은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동성 커플을 혼인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생활 공동체로서의 실질을 일정 부분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를 일반화해 “동성혼이 인정되었다”고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의료 결정권이나 장례 절차와 같은 영역에서도 동성 커플은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정 배우자가 아니기 때문에, 보호자 자격이 자동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위임장, 사전의료의향서, 유언장 등의 법적 장치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혼인 제도가 제공하는 보호를 개별 문서로 나누어 확보하는 과정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입양이나 친권 문제 역시 현재 제도에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동성 커플이 공동으로 부모로 인정받는 구조는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법적으로는 개인 단위의 권리 행사만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 부분은 법률보다는 정책과 사회적 합의의 영역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단기간에 변화가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동성혼을 원하는 분들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기다림”과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도 변화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혼인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감정적 기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현행 법률 안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하나씩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성혼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 가족의 정의와 법의 역할을 다시 묻게 만드는 주제입니다. 법은 사회 변화를 따라가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정한 속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변호사의 시각에서 보면, 지금 한국에서 동성혼을 원하는 경우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혼인이 아닌 방식으로도 관계를 존중받고, 재산과 삶을 지킬 수 있는 길은 존재하며, 그 길은 법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